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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3월 - 동시대 사진문화를 중심으로 -
글쓴이 김영태 현대사진포럼대표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2002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호황을 누렸다. 이 시기에 배병우, 구본창, 권부문, 김아타 등 같은 중견 사진가의 작품과 박형근, 한성필, 이원철, 윤정미, 데비 한, 구성연 등 같은 젊은 사진가들의 작품도 미술시장에서 일정 부분 판매되었다. 특히 2007년 단군 이래로 미술시장이 최대호황기였다고 회자 되었다. 사진작품은 2005년 영국의 팝 가수이자 유명 미술 작품 수집가인 엘튼 존이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작품 중 1점을 사들였다는 뉴스가 기사화되면서 미술시장에서 급속도로 비중이 커졌다.
이때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한국사진은 그야말로 최대호황기를 맞이했다. 크고 작은 상업화랑에서 원로사진가에서부터 젊은 사진가들의 개인전과 단체전을 기획하였고, 작품판매도 일정 부분 이루어졌다. 또한, 전업 사진가들의 전시뿐만 아니라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대관 전시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누구나 개인전이나 단체전을 갖는다고 작품 판매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술시장 호황기에 사진작품이 판매되었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오자 누구나 전시를 개최하면 작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고, 실제로 아마추어 사진가들도 작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미술작품 컬렉터 중에서 사진작품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혹 아마추어 사진 애호가 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가의 작품을 사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엄밀한 의미에서 미술시장에서 작품이 유통되는 것과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미술시장 호황기에 일부 사진가의 작품이 판매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다음 몇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상업화랑에서 사진이 조금씩 거래되기 시작했고,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면서 미술시장에서 사진작품의 비중이 급속도로 커졌다. 이러한 해외미술 시장의 영향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상업 화랑도 외국 사진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일부 국내 사진가들이 작품에도 눈길을 보냈다.
이후 2006년부터 메이저 화랑에서 사진 전시를 본격적으로 기획하고, 주요 아트 페어에서도 사진작품이 거래되었다. 이 시기에 사진작품을 산 이들은 미술작품 수집가들이다. 결과적으로 해외 미술시장에서 사진작품의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 미술시장에서 사진작품이 판매된 것이다. 가나아트, 현대갤러리, 국제갤러리, PKM갤러리 등 메이저 화랑이 사진전시기획을 하자 작은 화랑들도 유행처럼 사진 전시를 마련했다.
미술시장은 1차 시장인 갤러리, 2차 시장인 옥션(경매시장), 3차 시장인 아트페어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2000년대 세계미술시장이 뜨거워지면서 3차 시장인 아트페어가 주목받고 비중이 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영향으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급성장했고, 아트페어가 여기저기에 생겨났다. 그래서 작가들도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아트페어는 전시이기보다는 미술작품견본시장이다. 화랑과 화랑이 관리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홍보하는 기능이 아트페어의 역할이다. 미술시장이 과열되면서 아트페어가 마치 미술시장의 중심처럼 변질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미술시장이 조정국면을 맞이하면서 아트페어가 본연의 역할로 되돌아가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아트페어는 여전히 주목을 받고 있다.
예술 제도는 작가, 화랑, 미술관, 화상, 기획자, 큐레이터, 예술 관련 잡지, 비엔날레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중에서 화랑은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미술시장 규모가 서양보다 소규모이기 때문에 일부 중소 화랑들은 전시장을 대관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우리나라 화랑은 상업화랑, 대관화랑 그리고 상업과 대관을 겸하는 화랑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 다른 대안공간으로 전시장도 있다. 1998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생겨났는데 작품판매는 하지 않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나 실험적인 작품을 주로 기획하는 공간이다. 대표적인 예가 대안공간 풀, 대안공간 루프. 사루비아 다방 등이다.
현재 주목받는 작가 중에서 상당수가 대안공간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대안 공간에서는 주로 비상업적이면서 실험적인 작품을 전시한다. 하지만 제도로부터 주목받으면 실험적인 작품도 미술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전연두 작가이다.
미술관은 화랑처럼 작품을 전시하지만, 판매를 하지 않는다. 미술관의 주요업무는 전시를 기획하고, 미술사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을 구입해서 보존하는 것이다. 또 동시대의 미술경향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일도 한다. 대중들은 교육하는 일도 주요한 역할 중에 하나다. 예술가의 작품이 미술관에 소장되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다. 또 미술시장에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모더니즘예술을 비판하는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에서는 미술을 예술작품의 무덤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은 더 이상 유통되지 않고, 보관되기만 하기 때문에 죽음에 비유한 것이다.
미술작품은 미술관, 화랑, 기업컬렉터, 개인컬렉터 등에 의해 수집된다. 이들이 미술시장을 주도한다. 미술시장에서 주목받아 작품이 지속적으로 유통되려면 작품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하다. 또 작가의 전시 경력 평가 대상이다. 전시갤러리의 지명도, 전시내용, 주요미술행사 참여경력 등 도 작가에 대한 평가 및 작품판매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요인은 사진가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사진가의 작품이 미술시장에서 유통되려면, 작품의 완성도, 전시경력, 주요 사진행사 혹은 미술 행사에 참여한 경력이 모두 갖추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전업사진가로 살아가려면 작품의 완성도외에도 미술 제도를 이해해야 한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작품제작 외에도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사진이 미술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이 채 안된다. 그래서 전업 사진가 중에도 미술시장을 잘 이해하는 작가는 일부 중견 사진가나 원로사진가를 비롯하여 상업화랑에서 전시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젊은 사진가를 제외하고는 드물다. 사진 제도 내에서 지명도가 있다고 해서 작품이 판매되고 미술시장에서 비중 있는 사진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시경력, 전시조건, 작품의 완성 등 여러 가지 조건을 어우러져야 미술시장에서 작품이 유통될 수 있다. 또 현대예술제도에서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가가 미술관이나 비엔날레로부터 주목받고 미술사에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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