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촬영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며칠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원앙을 촬영하려고 창경궁 춘당지로 향했다. 집과 가까운 곳이라 자주 들리는 곳이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카메라를 메고 집을 나설 때는 발걸음이 매우 가볍다.
"오늘 한 장 건지려나! "
습관처럼 하늘을 쳐다보았다. 오늘은 하늘이 다소 뿌옇지만 그나마 햇빛은 있다.
어찌되었든 기분 좋은 출발이다.
창경궁에 당도하여, 아직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기도 전에 곧장 춘당지로 종종 걸음을 쳤다.
도착하니 나이 드신 두 분이 열심히 카메라를 눌러대고 있었고, 또 다른 한 분은 내 나이 또래는 되신 것 같은데 열심히 원앙을 부르려고 땅콩을 던진다.
장비를 대충 보아도 사진에 연륜이 묻어있어 보인다.
겨울 원앙의 색깔이 참 곱다.
나는 한 참을 뒤에서 조용하게 기다렸다. 혹시나 내가 다가가면 원앙이 도망이나 갈까 봐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제, 먼저 사진을 담던 분들이 한 숨 돌리려고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담소를 나누신다.
그제야 나는 카메라를 꺼내 망원 렌즈로 갈아 끼우고 샷을 날리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스락 하는 소리와 함께 뭐라 큰 소리로 떠드는 젊은 아가씨와 카메라를 든 30세
쯤은 되어 보이는 남자가 연못 가까이 다가 간다.
그 것도 접근을 막기 위해 쳐 놓은 줄 안으로 들어간다,
원앙이 도망갈 수 밖에 없다.
그 때 내가 한마디 했다.
“그렇게 가까이 가면 원앙이 오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그 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끔적도 하지 않는다, ‘나와 무슨 상관이냐는 식’이다.
그 때 땅콩을 던지던 분도 어이가 없던지 나를 힐끗 보고 냉소를 던지시더니,
“이리 나오세요 제가 원앙을 불러 드릴께요”라고 부드럽게 말을 건낸다.
그러나 그 남자의 대답이 가관이다.
“저도 불러낼 줄 알아요”
아~ 된장.
한 마디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애인 앞에서 가오먹을려고 하는 사람 잘못 건드렸다가는 봉변 당할 수 있다 싶어서 그냥 놔 두었다.
매너로 보아서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 같았다.
원앙을 부른다는 것이 기껏해야 발치 앞 연못에 과자 몇 개 던진다.
번쩍거리는 흰색 점퍼를 입은 그 젊은 여자가 다소 큰소리로 하는 말,
“왜 안와…?”
원앙은 오지 않는다. 올 리가 없다.
창경궁의 원앙도 사람의 얼굴을 안다. 낮 선 사람에게는 잘 오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먼저 오신 다른 분들은 쓴 웃음을 지으며 주섬주섬 카메라를 챙기고는 나에게 “많이 찍으세요” 하고 자리를 뜨신다,
결국 나도 돌아서고 말았다.
연못을 돌아서 나오면서 뒤를 돌아 보았다.
아직도 그 남자는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 서 있고,
여자는 과자봉지를 거꾸로 들고 미친 무당이 귀신 부르듯 연못을 향해 흔들고 있다.
찬 기운을 담은 겨울 바람이 회오리 치더니 내 코끝을 시큰하게 스치고 지나간다.
갑자기 하늘의 짙은 구름이 춘당지를 덮는다.
발걸음이 가볍지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