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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11일 우리는 두분의 동료를 가슴에 묻으며

현실속에서의 모습들과 함께 저 세상으로 떠나 보냈습니다.

주용덕 작가님,

이미란 회원님....

 

지난해12월 어느날 협회사무실로 걸려온 전화 한통엔

차분하게 가라앉은 중년톤 목소리의 남자분이 계셨습니다.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故 이미란 회원님의 남편 되시는 정선용님 이셨습니다.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책을 내셨는데 한권 보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그 책이 도착했고 글머리를 읽다 가슴이 뭉클해 여러분과 나누려고 글머리를 옮겨 놓습니다.

 

 

책이름 : 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그리오  (가장 소중했던 사람,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출판사 : 도서출판  일빛  전화번호 (02)3142-1703~5

옮긴이 : 정선용

찍은이 : 이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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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머리에

 

 

 

어느 해 구정,

부모님을 뵈러 고향으로 가는 길이었다.
길이 막힐 거라 예상을 하고 새벽 일찍 출발하였다.
고속도로는 이미 수원 근처에서 막혀 있었다.
지루해서 잠이 쏟아지려고 할 때였다.
고속도로 곁에 까치가 날아와 앉았다.
아침 햇살을 받은 검푸른 까치의 깃, 참으로 고왔다.
이를 유심히 바라보던 아내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저 새 참 곱다. 까마귄가?"
내가 핀잔을 줬다.
"이그 당신은, 까마귀는 까맣지. 저게 어디 까맣냐?"
한참 동안 까치를 보고 있던 아내가 머리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럼 참샌가?"
내가 다시 핀잔을 줬다.
"참새가 저리 크냐. 참새는 요만하지."
그러면서 손가락을 모아 쳐들면서 눈앞에 들이대었다.
다시 까치를 보고 있던 아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제빈가?"
내가 다시 핀잔을 줬다.
"겨울에 무슨 제비야. 제비는 강남 갔지."
그 순간 뒤에 있떤 아이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한참 동안 의 웃음이 잦아든 뒤에 아내가 말했다.
"나의 쪼크야!"
그 일로 인해 그날 우리는 지루하지 않은 귀향길이 되었다.
그랬던 아내,
지금은 내 곁에 없다.
아내는 30여 년을 교직에 있었다.
나와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는,
우수한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한 적이 없다.
항상 소외되고 부족한 아이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아내가 영원히 떠나가던 날 아침에도,
소외된 아이의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그랬다. 아내는 그랬다.
눈물 글썽이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학교에 있으면서 아이들을 보듬고 싶어했던 아내.
이제는 아이들 곁을 떠났다.
지난날들을 생각하면,
아내를 서운하게 했던 모든 일들이 후회스럽다.
아내가 잘못된 것도 모두 내 탓인 것만 같아 마음 아프다.
언젠가 처가에 가는 길이었다.
앞쪽에 흰색 줄과 국화로 장식한 영구차가 지나고 있었다.
그 차를 본 아내가 말했다.
"저 사람들은 참 좋겠다. 신혼여행 가니."
내가 핀잔을 줬다.
"저게 신혼여행 차냐. 장례식 차지."
돌아올 수 없는, 어두운 길을 가는 아내,
꽃장식한 신혼여행 차를 타고 가는 줄 착각한 채,
다른 세상으로 갔으면 싶다.
그렇게라도 생각해야만 내가 견딜 수 있기에,
그럴 거라고 생각해 본다.
언젠가 아내가 말했다.
내가 찍은 사진이 많이 모아진 뒤에,
내 사진과 당신의 시를 모아 책을 만들어,
우리를 아는 사람들에게 보이자고,
.
그랬던 아내,
자신이 좋아하던 사진을 찍던 중,
뜻밖의 사고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였다.
아내가 찍어 놓은 사진만이 남았다.
남겨진 내가 이제
아내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내와 약속하였던 책을 엮는 것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엮었다.
시는,
한시(漢詩)에 대해서는 무지한 아내가 
쉽사리 이해할 수 있는 시를 위주로 뽑았다.
사진은, 
아내가 찍어놓은 사진 가운데서,
자연 풍경을 찍은 사진을 위주로 뽑았다.
번역은,
시만 읽고도 이해될 수 있도록 쉽게하였으며,
한시의 특성에 맞게 운율을 고려하여 번역하였다.
남의 일로만 알았던 뜻밖의 이별,
당해보니 참으로 아프다.
그러나 남겨진 우리는 또다시 살아가야 한다.
아내와 내가 남기는 이 책이
아내의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과,
나와 같은 아픔을 겪은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2011년 7월 한여름 서재에서